“한국에서 온 업체라고 했더니 현지 바이어들이 구매를 주저하더군요. 단 하루만 착용해보고 효과가 없으면 곧바로 환불해주겠다고 했죠. 다음날 다시 찾아온 바이어들이 ‘경이로운 제품’이라고 엄지를 치켜세우며 그 자리에서 계약을 맺자고 하더군요. 제조업 하는 사람으로서 제품이 훌륭하다는 말을 들었을 때만큼 희열과 전율이 느껴지는 순간이 없을 겁니다.”

의료기기 및 건강용품 제조업체인 ㈜네오메드(부산 사하구 장림로)의 유영호(59) 대표는 시종 에너지가 넘쳤다. 열흘간의 일정으로 중미의 파나마 생활용품 전시회에 참가했다가 전날 귀국했다는 유 대표에게서 피곤한 기색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중요한 바이어를 상대하듯 회사의 미래 비전을 내보이면서 기자에게 열변을 토해냈다.
무릎과 어깨, 허리, 발목 등을 보호하는 의료용 관절보호대 등을 전문적으로 제조하는 네오메드는 직원 35명을 둔 소규모 업체다. 하지만 공장과 부설 연구소가 딸린 사하구 장림동의 본사 사옥을 방문하면 세 가지 의아스러운 대목과 맞닥뜨리게 된다.

우선 제품 보안에 상당히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회사 곳곳에 CCTV 카메라가 설치돼 있고, 산업스파이의 침입을 경계하는 보안 문구가 삼엄하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국내 의료기기 시장은 중국산 저가제품과 카피 제품 일색이었습니다. 자체 기술로 개발하는 회사는 국내에서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우리가 신제품을 개발하면 얼마 못 가서 시장에 카피 제품이 나돕니다.”

네오메드는 업계에서는 국내 의료기기 생산의 개척자로 알려져 있는 회사다. 반세기에 이르는 업력도 만만치 않다. 1965년 부친이 회사를 설립한 뒤 정형외과용 목발을 처음 개발했고, 유 대표가 가업을 이어받은 1980년대 들어서는 의료용 관절보호대도 독자 개발했다. 현재 국내 관절보호대 시장의 85%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이 회사의 만만치 않은 기술력도 놀라움을 자아낸다. 의료용 관절보호대는 물론 스포츠 보조기, 병원용품, 건강용품 등 그동안 개발한 제품이 250여 종이고, 특허 출원만 130여 건에 이른다. 개발이 진행 중인 신제품도 50여 개에 달한다.

“저가 카피 제품의 공세에 밀려 매출이 안 나오다 보니 직원 월급을 대기 위해 직접 제품을 싸들고 방문판매까지 다녔습니다. 그래도 씨앗을 뿌리면 언젠가는 싹이 틀 것이라는 확신으로 30여 년 간 밤낮없이 돈만 생기면 디자인과 제품 개발에 매달렸습니다.”

글로벌 투자회사의 딜링룸을 연상시키듯 해외 주요 도시의 현지 시각을 가리키는 시계 여러 개가 나란히 벽에 걸려 있는 사무실 풍경도 이채롭다.

2008년 이후 8년간 400%에 이르는 경이적인 신장세로 국내 시장을 석권한 네오메드는 2012년부터 해외시장 개척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해외 바이어 발굴을 위해 독일 뒤셀도르프 국제의료기기전시회, 러시아 모스크바 의료기 전시회, 미국 솔트레이크 아웃도어 전시회 등 지난해 참가한 해외 전시회만 30개가 넘는다. 중국, 중동, 유럽, 아프리카, 남미 등을 누비느라 유 대표는 1년 중 10개월을 해외에서 지낸다.

“대륙별, 인종별로 체형 데이터를 축적해놓고, 맞춤형 제품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독일 영국 미국 등 의료기기 선진국에 비해 제품 성능은 뒤지지 않으면서도 가격은 절반 수준이어서 현지의 반응이 좋습니다. 현재 36개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고, 올해는 50개국으로 수출국을 다변화할 계획입니다.”

황사와 미세 먼지가 극심한 중국 시장을 겨냥해 3년간의 연구 끝에 미세먼지 마스크도 개발, 다음 달 본격 현지 시판에 들어간다. 기존의 일회용 마스크와 달리 세탁이 가능하고, 방독면처럼 공기 탈취 필터를 리필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들었다. 관련 특허 4건도 출원해놓은 상태다.

유 대표는 “글로벌 의료기 시장의 정상에 우뚝 서겠다는 다짐으로 회사 이름 앞에 ‘월드 클래스 넘버 원’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붙였다”며 “10대부터 100세까지 전 국민이 고개를 끄덕일 만한 100년 가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